YS the Park


탄핵 칼 빼든 野…민주 '탄핵기구설치'·국민의당 '탄핵당론'

기사입력 | 최종수정


민주 "탄핵 시기·방법 즉각 추진"…국민의당 "탄핵당론 결정"

국회 200석 확보·헌재 통과·최장 6개월 소요…넘어야할 산

"성공 탄핵돼야…통과 확실해야 발의"…속전속결案·국회전원위 등 대안도 봇물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야권이 2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모드에 일제히 돌입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 '공모자'로 명시한 게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이 하야 불가를 외치며 검찰 수사까지 거부하면서 말 바꾸기를 한 상황에서 '강제적인 퇴진'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야권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탄핵안의 국회 통과와 헌법재판소 판단이라는 쉽지 않은 관문이 남아 있어 자진 사퇴 압박을 계속해 나가면서 탄핵 발의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시기와 추진방안에 대해 즉각 검토하고 탄핵추진검토기구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탄핵을 포함해 박 대통령의 조기퇴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주 최고위원은 "우리 당은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 스스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을 질 기회를 줬지만 이제 검찰 공소장에 대통령의 법률위반 사실이 적시된 만큼 국회는 헌법 65조에 따라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야권 대선주자들의 탄핵추진 논의 착수 요청에 신중론을 내비쳤던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내민 것은 박 대통령의 버티기가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직접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도 이날 박 대통령 탄핵추진을 당론으로 공식화했다.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탄핵 의결에 필요한 200명 이상 서명을 받기 위해 야 3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 출국금지·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검찰에 촉구한다"고 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탄핵에 필요한 정치적·도덕적·법적 요건이 갖춰졌다"며 "탄핵 발의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의 퇴진운동과 의회의 탄핵발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왼쪽)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야권이 탄핵 돌입을 일제히 선언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추 대표는 "탄핵추진은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회의에서도 "성공하는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성공하는 탄핵을 위한 추 대표 고민의 지점은 ▲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협조 ▲ 헌법재판소 판단 ▲ 최장 6개월이 소요되는 시간 등이다.

탄핵안의 국회 가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인 최소 200명이 필요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의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설사 이 두 조건이 충족되어도 너무 오랜 기간이 걸려 만에 하나 민심 변화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이다.

"이렇게 지난한 길을 생각할 때 아직도 최선의 방책은 박 대통령 스스로 사임을 결심하는 것"이라는 추 대표의 언급에는 이런 고심이 묻어 있다.

우 원내대표도 "통과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발의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후 의총을 열어 탄핵 추진안에 대한 당의(黨意)를 모을 방침이다.

우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의견을 수렴해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게 국정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헌법이 부여한 국회 권능 활용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PBC 라디오에서 "현실적으로 당장 가능한 방법은 탄핵추진밖에 없다"면서도 "약간의 불안감은 있다"고 했다. 그 역시 국회 의석 확보와 헌재 통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탄핵 소추 재판 과정에서 검사 역할인 법사위원장이 새누리당 소속 권성동 의원인데 의지를 갖고 진행할지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 속에 탄핵 로드맵을 짤 국회 전원위원회 구성과 조속한 헌재 결정 등 다양한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법재판관 2명이 내년 1,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데 박 대통령이 2명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는 불리함이 있다는 야권 일각의 우려에 "내년 1월 31일 이전에 결정이 나올 방안을 강구해볼 수도 있다"며 '속전속결 탄핵론'을 제시했다.

박영선 의원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서명을 받아 전원위원회 소집을 이번 주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국회에서 총리와 탄핵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오른쪽)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전 대표

honeybee@yna.co.kr



국조특위, 최순실·우병우·이재용 등 20여명 증인 채택키로(상보)

기사입력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조사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1일 최씨를 비롯해 차은택 감독, 안종범 전 경제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7대 그룹 총수 등 20여명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협의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국조특위는 오는 30일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대검찰청 등으로부터, 다음달 12일에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안보실,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으로부터 기관보고받기로 했다.

또한 다음달 5일과 6일, 다음달 12일과 13일에 각각 1 ·2차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청와대 인사들과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최순실과 차은택 감독,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 이성한 전 사무총장뿐만 아니라 안종범 전 경제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김기춘 전 비서실장 그리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포함한 7대 그룹 총수 등 총 20여명이 해당된다.

박 의원은 "오늘 채택한 증인 참고인은 극히 일부"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유라, 장시호 등에 대해서도 계속 증인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가로 기관보고나 증인 채택 여부는 오늘 전체회의 이후에 내일이나 모레쯤 간사들이 다시 만나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박태환 "김종 만났을때 무서웠지만 '올림픽 출전' 생각 뿐"(종합)

기사입력 | 최종수정

기자들 질문 경청하는 박태환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마린보이' 박태환이 21일 오전 일본 도쿄 시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터뷰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광고 스폰서·대학교수 제안 흔들림 없었다"

"내년 세계선수권 목표…도쿄 올림픽도 출전하고 싶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마린보이' 박태환(27)이 김종(55)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에 대해 "당시엔 (김 전 차관이)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처음으로 직접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21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기업 후원이나 대학 교수 관련된 얘기가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김 전 차관과의 만남에 대해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무게, 책임, 무거움을 많이 느끼긴 했지만, 그런 것보다 제가 선수로서 출전할 수 있는 게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태환 측은 김 전 차관이 박태환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박태환 측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 25일 박태환 소속사 관계자,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박태환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 그런 건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면서 "단국대학교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박태환을 회유하려고 시도했다.

박태환이 외압 논란이 불거진 후 직접 언론 앞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김 전 차관이 광고 스폰서와 대학 교수직을 제안한 것에 대해 "흔들림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올림픽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표 선발전에 대한 목표가 컸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던 중이어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때의 성적에 대해서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면서도 김 전 차관의 외압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태환, "내년 세계선수권 목표…도쿄 올림픽도 출전하고 싶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수영선수 박태환이 21일 도쿄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수영선수권 대회 출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 선수는 이 대회에서 자유형 200m, 400m, 100m, 1천500m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전세계에서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레이스에만 집중하는 자리"라며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나는) 여러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게 굉장히 많았다.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고 말했다.

다만 "리우 올림픽 때 레이스에 대해서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며 "더 준비를 잘했어야 했는데 자신감 있는 레이스 보여드리지 못했다. 선수로서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수영선수 박태환이 21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2016.11.21 bkkim@yna.co.kr

박태환은 지난 17~2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올라 재기를 알렸다.

17일 자유형 200m를 시작으로 18일 400m, 19일 100m와 1,500m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후배들을 이끌고 계영 400m에도 출전해 뜻깊은 동메달까지 얻었다.

그는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와 관련해 "경기를 잘 마무리하게 돼서 기분이 좋다"며 "오랜만에 금메달을 따고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리게 돼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옆에 있어서 재기를 할 수 있었다. 다시 밥이라도 먹을 수 있게 암흑 속에서 빛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이 가족"이라며 리우 올림픽 부진 이후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당장은 내년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훈련에 집중해 준비를 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면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도전하고 싶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해주고 있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다"고 덧붙였다.

8월 리우올림픽 출전 후 귀국하는 박태환.2016.8.13.[영종도=연합뉴스 자료사진]

bkkim@yna.co.kr



촛불집회 인원 집계, 앉으면 6명 서면 9명? 한국은 여전히 눈대중만…

기사입력 | 최종수정
[한겨레] [미래] 집회인원 집계, 어떻게 발전했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리있는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외국에서는 집회 인원을 헤아리는 데 영상분석과 와이파이(WiFi) 등 첨단 방식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어림수에 의한 ‘주먹구구식’ 집계가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객관적으로 검증된 방식이 없어 경찰과 집회 주최 쪽의 집계에 편차가 크고, 이는 사회적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인원을 놓고 경찰청은 26만명이라고 발표한 데 비해 주최 쪽은 100만명이라고 밝혔다. 4배 가까운 차이지만, 2008년 6월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대행진 때 주최 쪽 70만명 대 경찰 추산 10만5천명, 2013년 8월10일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집회 때 10만명 대 1만6천명에 비하면 큰 차이도 아니다.

경찰이나 집회 주최 쪽 모두 집계에 사용하는 방식은 ‘페르미 추정법’이다. ‘원자력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엔리코 페르미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정답이 없고 논리적 추론을 통해 답을 유추해야 하는 문제를 만들어낸 데서 유래했다. 근래 대기업 면접시험에 나온 “서울 중국집 전체의 하루 판매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하시오”, “서울시의 바퀴벌레 수는 모두 몇 마리인가?” 식의 문제가 페르미 추정법 유형이다. 경찰이 쓰는 방식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 허버트 제이컵스 교수가 페르미 추정법을 발전시켜 만든 ‘현대적 군중 인원수 측정기술’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제이컵스는 연구실 창가에서 날마다 열리던 베트남 전쟁 반대 집회 학생들을 보면서 대학 광장 바닥의 격자 안에 들어가는 학생 수를 세는 방식으로 집회 인원을 집계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집회는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이 0.9㎡, 밀도가 높으면 0.405㎡라는 측정값을 제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앉아 있을 경우 3.3㎡(1평)당 6명, 서 있을 경우 9명으로 계산해 면적 대비 인원수를 집계한다”고 말했다. 한선범 진보연대 언론국장은 “12일 집회 때 주요 지점별로 담당자가 나가 인원수를 직접 헤아리고 과거 집회 경험, 지역에서 올라온다고 보고된 인원 등을 고려해 집계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운집 경험은 없어 100만명은 상징적 수치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영상분석, 와이파이로 첨단화 불구
국내선 여전히 어림수 추산
경찰-주최 쪽 인원수 편차 커
“실시간, 연인원 병기라도 해야”


주일엽 중부대 경찰경호학과 교수는 “집회 특정 시점의 최대치를 추정하는 경찰 쪽의 실시간 집계 방식이나 주최 쪽의 연인원 집계 방식 모두 페르미 추정법이라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밀집도 등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언론 등에서 두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기보다 집계 방식을 함께 밝혀주면 그나마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95년 10월 흑인 무슬림 지도자 루이스 파러칸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백만인의 행진’에 참석한 인원을 공원경찰이 40만명이라고 발표하자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해 의회가 공원경찰의 집회 인원 집계를 금지하기도 했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사는 2010년 8월 보수논객 글렌 벡의 링컨기념관 집회와 이를 패러디해 같은 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의 토크쇼에서 ‘디지털 디자인 앤 이미징 서비스’(DDIS)에 의뢰해 10% 오차 범위로 정확한 인원수를 계산해냈다. 디디아이에스는 집회장 상공에 원격조정 카메라가 탑재된 기구를 띄워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3D 지도 위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군중 수를 세었다. 벡 집회의 경우 디디아이에스는 8만7천명이라고 밝힌 반면 벡은 최대 65만명이라고 추정했으며, <엔비시>(NBC) 방송사는 3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미 센트럴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지난해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행진에 참가한 인원을 30분 만에 53만명이라고 집계해냈다. 또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와이파이 신호 세기를 측정해 특정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는 기술을 개발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 [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사설·칼럼] [한겨레 그림판]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하나의 메이드 인 KBO? 테임즈, 다년 계약도 가능하다

최종수정 2016.11.21 오전 05:55 기사원문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또 하나의 '메이드 인 KBO'가 탄생하게 될까.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21일(한국시간) 한국프로야구 NC다이노스에서 3년간 활약한 에릭 테임즈를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레이더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이름'이라고 칭하며 그의 메이저리그 복귀 가능성을 전했다.

이들은 테임즈가 지난 3년간 한국에서 '만화같은 성적'을 기록했으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이 그를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관찰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에 앞서 'SB네이션'은 테임즈에 대한 '아주 튼튼한 시장'이 형성됐다'는 내용을 전한 바 있다.

에릭 테임즈가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ESPN은 한 내셔널리그 구단 단장의 발언을 인용, 테임즈가 메이저리그에서 다년 계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년 1200만 달러, 혹은 3년 1500~1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예상했다.

2014년부터 3년간 NC에서 뛴 테임즈는 390경기에서 타율 0.349 출루율 0.451 장타율 0.721 124홈런 382타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MVP를 수상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년간 181경기에서 타율 0.250 출루율 0.296 장타율 0.431에 21홈런을 기록했던 그이기에 의심의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ESPN은 "타석에서 아주 공격적이다. 가끔 공을 맞히고 플레이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그는 아니다. '정말로' 강하게 치려고 한다. 언젠가 누군가의 공을 강타할 선수"라는 스카웃의 평가를 인용하며 테임즈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테임즈가 한국에서 더 성숙한 선수가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테임즈는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는 그저 팬들이 나를 좋아하기를 바랐고, 올스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명상을 하며 머리를 비우는 것이 지금 순간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정신적으로 성장한 모습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이것(한국 진출)을 그저 돈으로만 보면 못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즐기고,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원래 1년만 있다가 올 생각이었던 한국 생활이 큰 성공으로 이어진 비결을 설명했다. 로젠타 스톤을 직접 구입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한글은 정말 쉬어서 금방 배웠다. 말은 어린아이같아도 말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며 적응 과정에 대해 말했다.

그의 에이전트인 아담 캐론은 "그와 함께 어디를 가든 정신이 없었다. 마치 비틀즈와 함께 다니는 거 같았다. 소녀들은 울고 사람들은 그를 만지고 사진 찍으려고 했다"며 테임즈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전했다. ESPN은 시즌 막판 논란이 됐던 그의 음주운전 사실도 소개했다.

테임즈는 "나도 내 새로운 마음가짐이 어떻게 통할지 궁금하다. 다음해가 마치 1광년 정도 남은 거 같다.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누가 아는가?"라고 물으며 자기도 자신의 앞날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greatnemo@maekyung.com]

[MK스포츠 바로가기] [MK 핫! 포토]
[ⓒ MK스포츠 & sports.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 MK스포츠



전인지, 2개홀 남기고 역전…리디아 제치고 최저타수상(종합)

최종수정 2016.11.21 오전 06:19 기사원문

전인지

우승 경쟁 못지않은 최저타 경쟁 끝에 신인왕 이어 2관왕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9)와 치열한 경쟁 끝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 시즌 최저타수상을 받았다.

전인지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천540야드)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냈다.

시즌 최종전을 7위로 끝낸 전인지는 이번 시즌 18홀 평균 69.583타를 쳐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받았다.

전인지는 올 시즌 신인왕에 이어 최저타수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다.

리디아 고는 시즌 마지막 대회를 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10위로 마치면서 평균 타수 69.596타를 기록, 간발의 차로 최저타수상을 전인지에게 내줬다.

우승 경쟁만큼이나 치열했던 최저타 경쟁이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전인지에 평균 2타 정도 앞섰던 리디아 고는 4라운드 전반에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 크게 흔들렸다.

리디아 고는 10번홀에서 3개홀 연속 잡아내더니 1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추가, 최저타수상을 예약하는 듯했다.

더욱이 리디아 고와 같은 조에서 경기한 전인지는 14번홀까지 버디 2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1타를 잃고 있었다.

그러나 17번홀(파5)에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1∼3라운드 내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던 리디아 고가 4라운드에서는 갑작스러운 샷 난조로 보기를 적어낸 것.

전인지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최저타수상 가능성을 살렸다.

전인지는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3m 붙였고, 리디아 고는 파를 적어내고 먼저 홀아웃했다.

전인지가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하는 순간, 올 시즌 평균 타수 1,2위 순위는 뒤바뀌었다.

cty@yna.co.kr

기사제공 연합뉴스



[이성모의 EPL 현장] '손흥민 이적설' 英 기자 "손흥민, 내 예상을 초월했다"

최종수정 2016.11.21 오전 07:51 기사원문

(토트넘 vs 웨스트햄 전 직후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만난 텔레그라프 소속 맷 로 기자. 그는 지난 여름 최초로 '손흥민 이적설'을 보도했던 기자이며 텔레그라프 지에서 런던 연고 클럽들을 담당하는 기자다)[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손흥민은 내 예상을 초월했다.” 손흥민이 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사실상 혼자의 능력으로 경기결과를 바꿔놓은 웨스트햄전, 토트넘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 현장에서 지난 여름 최초로 손흥민의 이적설을 보도했던 텔레그라프(Telegraph) 소속 맷 로(Matt Law) 기자를 만났다. 그가 보도했던 손흥민의 이적설은 이후 분데스리가 클럽과의 논의가 실제로 진행되면서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물론, 이적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손흥민의 이적설을 처음 보도했던 기자로서, 텔레그라프의 런던 지역 클럽들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보는 손흥민의 이번 시즌은 어떨까? 양팀의 경기가 끝난 직후, 경기장에서 직접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이성모(이하 이) : 우선 오늘 웨스트햄전에서 손흥민의 경기를 어떻게 봤나? 맷 로(이하 로) : 손흥민은 정말 대단했다. 케인의 동점골 장면에서도 차분하게 그에게 좋은 크로스를 이어줬고 영리하게 페널티킥도 얻어냈다. 그가 이 경기를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 경기 후 현지기자회견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는데. 그 기자회견에 있었던 기자로서 본인도 그의 말에 동의하나? 로 : 동의한다. 손흥민은 민첩하고 직선적이며 결정적인 순간에 패스도 슈팅도 능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손흥민이 아주 임팩트가 강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 : 이번 시즌 초기에, 본인의 기사를 포함해서 영국 현지 언론에서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것 같다는 이적설을 많이 보도했다. 그 시기에 본인은 손흥민이 (바로 1개월 후인) 9월에 그렇게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로 :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손흥민이 여름에 토트넘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가 토트넘에 남더라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국 손흥민은 내 예상을 초월했다. 이 : 텔레그라프에서 런던 지역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손흥민이 합류한 이후 토트넘의 경기도 1시즌 이상 지켜봤을텐데 손흥민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로 : 내가 생각하는 그의 강점은 왕성한 활동량과 직선적인 플레이, 그리고 골결정력이다. 또, 나는 그의 태도와 정신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의 겸손한 면모나 열정적인 모습, 강한 의지가 토트넘이라는 팀과도 잘 어울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 토트넘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으면서 손흥민은 확실히 지난 시즌에 비해 훨씬 더 나아진 모습이다. 본인은 그가 토트넘에서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로 : 물론이다. 그는 이미 그걸 스스로 증명하지 않았나. 그는 이미 지난 시즌보다 훨씬 더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보다 조금만 더 꾸준한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나는 그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공식 페이스북 바로가기

네이버 포스트 '패션왕'과 함께 센스 UP!

놓치면 후회할 인기 무료만화 보기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제공 스포츠서울



외국인 몸값, 200만 달러 금기 깨질까

최종수정 2016.11.21 오전 06:01 기사원문
[일간스포츠 유병민]

'200만 달러 사나이'는 탄생할까.

KBO 리그 외국인 선수 연봉은 2014년 금액 상한선(30만 달러)이 폐지된 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14년 겨울 찰리 쉬렉과 에릭 테임즈(이상 NC)가 처음으로 100만 달러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같은 해 니퍼트(두산)가 150만 달러를 받았고, 올해 에스밀 로저스(한화)는 발표된 금액만 역대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90만 달러를 챙겼다.

외국인 선수의 몸값 상승 곡선을 감안하면 '200만 달러 사나이' 탄생은 당연해 보인다. KIA 투수 엑토르 노에시(헥터)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는 올해 170만 달러를 받고 KIA 유니폼을 입었다. 31경기에 등판해 15승5패·평균자책점 3.40으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206⅔이닝을 소화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이 던졌다. 팀이 어려운 순간 마운드를 책임지며 가을 야구 진출에 힘을 보탰다.

헥터를 잡으려면 거액이 필요해 보인다. 헥터는 로저스에 이어 두 번째로 몸값이 비쌌다. 로저스가 6월 퇴출된 뒤 최고 몸값 외국인 선수가 됐다. 올해 거둔 성적과 달라진 위상을 감안하면 헥터의 몸값은 200만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KIA 관계자는 "올해 몸값 논란이 있었지만 실력으로 보여 줬다. 협상 잘하겠다"고 밝혔다.

니퍼트도 연봉 200만 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그는 올해 리그 최다 22승을 기록했고, 평균자책점(2.95)·승률(0.880)까지 투수 3관왕을 차지했다. 팀의 정규 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KBO 리그 MVP까지 수상해 모든 것을 이뤘다. 니퍼트는 지난해 150만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부진하면서 올해는 30만 달러 삭감된 120만 달러에 계약했다. 완벽한 부활을 알린 만큼 삭감된 금액 이상의 계약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KBO 리그 구단들은 최근 거물급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다. FA(프리에이전트) 선수는 몸값이 폭등하고 있고,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 출혈까지 감내해야 한다. 반면 외국인 선수는 비용이 들지만 위험 부담이 덜하고 시즌 중 교체도 가능하다. 지방 A구단 관계자는 "FA는 4년 계약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구단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크다. 확실한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 헥터와 니퍼트 수준의 선수라면 200만 달러 투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같은 외국인 선수라도 투수와 타자의 대접이 다르다. 외국인 타자는 올해 테임즈가 받은 150만 달러가 최고 연봉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지닌 거물급을 영입하려면 최소 1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팀 공헌도와 적응 리스크를 감안하면 외국인 타자가 연봉 200만 달러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도권 B구단 관계자는 "리그가 최근 극심한 타고투저 경향을 보이면서 외국인 투수와 타자의 몸값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유병민 기자

▶일간스포츠 [페이스북] [트위터] [웨이보]
ⓒ일간스포츠(http://isplus.joins.com)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심수창, "한화행 후회 없다, 행복함을 느낀 해", 네이버 스포츠

심수창, "한화행 후회 없다, 행복함을 느낀 해"

최종수정 2016.11.21 오전 06:05 기사원문

[OSEN=이상학 기자] "마운드에서 행복함을 느낀 해였다".

한화 투수 심수창(35)에게 2016년은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해 FA가 돼 한화로 이적할 때만 하더라도 '환영받지 못한 선수'였다. 30대 중반으로 하향세에 접어든 투수였고, 한화는 그를 영입하는 대가로 젊은 유망주 투수를 보상선수로 내줬다.

하지만 2016년 한화 마운드는 심수창 없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심수창은 데뷔 후 개인 최다 66경기에 등판, 113⅓이닝을 던지며 5승5패2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했다. 선발 10경기, 중간 46경기, 마무리 10경기로 보직을 가리지 않고 투입됐다.

시즌 막판에는 5일 연속 마운드에 오를 정도로 투혼을 불살랐다. 지난달 말부터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대전에 남아서 훈련할 수 있었지만 일본행을 선택했다. 한화 이적 첫 해를 마무리 중인 심수창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마무리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 공은 안 던지고 있고 체력 훈련만 하고 있다. 체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트레이닝코치님의 1대1 지도하에 하체운동을 많이 한다. 마무리캠프 참가에 선택권이 있었지만 최고참(박정진) 형도 솔선수범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작년 이 시기에는 FA 때문에 운동을 많이 못했다. 올해는 일찍 만들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오게 됐다.

- FA 이적 첫 시즌을 돌아보면 어떤가.
▶ 한화로 올 때 돈을 떠나서 나를 필요로 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여기 올 때부터 어떤 보직이든 다 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 아프지만 말자는 생각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손가락 물집과 인플루엔자에 걸리는 바람에 고생했다. 한 때 체중도 88kg에서 81kg까지 떨어졌고, 구속도 135km를 겨우 넘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밸런스를 빨리 찾았다.

- 어떤 보직이든 가리지 않고 투입됐다.
▶ 그렇게 잘한 건 아니지만 꾸준히 경기에 나올 수 있어 좋았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거나 구멍이 날 때 메워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한다.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팀이 필요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5연투 역시 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간 것이다.

- 5연투 등으로 혹사 논란도 없지 않았다.
▶ 공 던지는 것 하나는 어릴 때부터 타고났다. 야구적인 수술은 한 번도 없었다. 2군에 있을 때도 1회부터 9회까지 네트 망에 공을 던질 정도였다. 밸런스가 안 좋으면 잡힐 때까지 던지는 스타일이다. 롯데로 이적한 첫 해에도 1군에는 없었지만 2군에서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던졌다. 그러다 보니 옆으로도 던져보고, 여러 방식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 지난해부터 사이드로 섞어 던지는 게 효과를 보고 있다.
▶ 누구라고 말은 못 하겠지만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일이 있다. (2015년) 시범경기에서 처음 옆으로 던졌는데 나보다 2살 어린 선수가 '형, 이제 갈 때까지 갔네'라고 말하더라. 그렇게 친한 선수도 아니었다. 그 선수는 아무 뜻 없이 한 말이었겠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고, 기분이 무척 나빴다. '그래, 두고 보자'고 한 것이 지금까지 왔다. 남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하면 쉽게 못할 것이다. 밸런스 유지가 쉽지 않지만 그동안 이것저것 여러 방법을 해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듯하다.

- 내년 시즌에도 보직은 여러 군데를 오갈 것 같은데.
▶ 어떤 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여러 팀에서 야구를 했지만 계속 선발과 구원을 왔다 갔다 했다. 마무리, 중간, 패전, 필승조, 롱릴리프 등을 가리지 않았다. 한화에 와서도 마찬가지인데 내 야구인생이 그렇다. 단점이지만 장점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할 수 있다는 장점만 보려고 한다.

- 요즘 FA 등급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년 전 FA 시장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하다.
▶ 야구를 몇 년간 꾸준히 잘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 생각했다. 수많은 야구선수 중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 그 기간을 채운 선수가 몇 명이나 될지를. 나도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 한화에 온 것에 후회는 없나.
▶ 후회는 전혀 없다. 어디에서든 야구하는 것은 똑같다. 어려운 상황에서 날 선택해준 한화 구단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절실함이 계속 이어지는 듯하다. 올해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행복했다. 한화 선수들도 생각보다 승부욕이 강해 놀랐다. 경기를 지면 분해하며 열 받아 한다. 이기고 싶은 욕망이 큰 팀이다.

- 앞으로 야구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 한화와 계약기간이 3년 남았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내년에 더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고 관중이 있는 마운드에서 오래 설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일찍 끝나고 단명 하는 선수도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마운드에서 오랫동안 박수와 환호를 받았으면 한다. 그런 행복감을 계속 느끼고 싶다.

- 팬들에게 사인 등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 팬들이 없으면 선수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나를 보려고 밖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은 그냥 외면하고 가기엔 너무 죄송하다. 그런 팬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팬들에게 늘 사인도 하고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하려고 한다. 팬들의 마음이 너무나도 감사할 뿐이다. /waw@osen.co.kr

기사제공 OSEN



[와이드인터뷰] 김병현 "이미 은퇴 타이밍 놓쳤다."

최종수정 2016.11.21 오전 06:30 기사원문

KIA 퇴단이 예정된 김병현. 김병현은 체질 개선을 통한 체중 감량으로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 최상의 몸으로 자기 공을 던져보고 은퇴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IA 퇴단 예정 김병현 "야구를 못해 나오는 것"

식이요법으로 14kg 감량 성공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즌 중 은퇴 고민 "임창용 보고 재기 결심"

절박한 김병현 "조건 관계없이 마지막으로 내 공을 던져보고 싶다."

김병현(38). 한국인 메이저리거 1세대다. 박찬호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 야구의 전설이다. 한국인으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본 이도 그가 1호고, 아시아인으로 메이저리그 양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것도 그가 처음이다.

작은 체구의 그가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상대로 삼진쇼를 펼치던 장면을 올드 야구팬들은 어제일처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전설 김병현’은 과거 살던 집 주소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요즘 젊은 야구팬들에게 2000년대 초중반 불꽃 투구를 펼치던 김병현은 그저 ‘과거의 사람’일 뿐이다. 젊은 야구팬들은 김병현보단 되레 류현진(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이 더 친근하다.

세상에 영원한 건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세월의 무상함에서 김병현이라고 예외일 순 없는 법. 최근 세월의 무상함을 더 느끼게 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김병현의 KIA 타이거즈 퇴단 소식이었다.

11월 중순 KIA는 ‘내년 시즌에도 현역 선수로 뛰고 싶다’는 김병현의 의사를 전달받은 뒤 그를 보류 선수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보류 선수명단에서 제외되면 김병현은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돼 자신을 원하는 팀이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문제는 과연 내년이면 39살이 되는 김병현을 어느 팀에서 받겠느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올 시즌 1군 등판 기록이 전무한 김병현이다. 무엇보다 ‘김병현’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은 자칫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김병현은 누구보다 이런 현실을 잘 안다. 알면서도 그가 강한 현역 지속 의지를 내비치는 이유는 돈도, 명예도, 기록 때문도 아니다. 김병현은 '엠스플뉴스'와의 와이드 인터뷰에서 “한 번이라도 내 공을 던져보고 싶어 현역으로 계속 뛰고 싶을 뿐”이라고 답했다. 

김병현은 “최근 10년 동안 지금이 가장 건강한 몸 상태”라고 강조한 뒤 “미련없이 그만둘 수 있는 공을 던질 준비가 돼 있다. 그런 공을 던진다면 30년 야구인생을 깔끔하게 끝낼 수 있을 거 같다”며 “어느 팀이든 날 받아준다면 조건 따윈 보지 않고, 팀과 나를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고 다짐했다.

‘은퇴’와 ‘현역 지속’ 갈림길에 서 있는 김병현과의 와이드 인터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어떻게 지내나.

잘 지내고 있다. 비시즌 기간이라, 얘들과 놀아주고, 그림도 좀 배우고 있다(웃음).

그림?

아직 낙서하는 정도다(웃음).

11월 중순 KIA가 ‘소속 선수 김병현을 보류 선수명단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병현 선수의 현역 연장 의사가 강해 조건 없이 보류 선수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추가설명을 내놨다.

심플하게 말해 야구를 못해 (KIA에서) 나오는 거다. 넥센, KIA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미국에서의 활약상을 좋게 평가해주셨고, 계속 기다려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KIA가 보류 선수명단에서 제외하면, 그 즉시 무적(無籍)선수가 된다. 계속 현역으로 뛰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선수로 더 뛰고 싶다. 그간 나 자신에게 궁금한 게 많았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은 상태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마지막으로 ‘내가 고민했던 게 맞는 건가’ 테스트를 해보고 그만두고 싶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란 이야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려준다면. 

메이저리그에서 두 시즌 정도 치르면서 몸이 바뀐 걸 느꼈다. 투구폼도 바꿔보고, 여러 가질 해봤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시간만 점점 흘러갔다. 그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혼자서 묻고, 혼자서 답을 찾는 과정이 반복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프로 생활을 한 다음 미국 무대를 밟았으면 더 좋았을걸’하는 생각을 한다. 그럼 사회생활도 많이 배웠을 거다.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 던질려고 하니까 무척 혼란스러웠다. 메이저리그 두 시즌 때까진 한국에서 배운 거로 버텼는데, 세 시즌 때부턴 그게 잘 안됐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란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은 상태라고 했는데.

2007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정도 나 자신을 많이 관찰했다. ‘가장 좋았던 공을 어떻게 하면 다시 던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체중 감량이다. 

체중 감량?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체중이 95kg에서 98kg 사이였다. 지금은 5개월가량 식이 조절한 덕분에 81kg 정도 된다. '예전으로 돌아가보자'는 생각에 살을 뺀 거다. 확실히 살을 빼니 몸이 좋아지고, 몸이 좋아지니 정신도 맑아지더라.

실제로 몸이 무척 좋아 보인다. 

여기서 안 되면 기분 좋게 야구를 그만둘 수 있는 몸이 됐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몸이 변하니 마음도 따라 변했다. 정신적으로 약해졌다면 그건 몸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이 건강하면 정신도 건강해진다. 

2주 휴가 이후 다시 야구공을 잡은 김병현

"임창용 선배 몸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KIA 시절 김병현은 충수염과 골반 부상으로 고향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게 가장 미안할 뿐이라는 게 김병현의 속내다(사진=KIA)

지난해 시즌 종료와 함께 준비를 참 많이 했다. 하지만, 결과는 올 시즌 1군 등판 ‘전무(全無)“였다.

시즌 전 여러 가지를 준비하면서 나 자신에게 기대가 컸다. ‘힘만 조금 붙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웨이트 트레이닝 대신 러닝을 많이 소화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정말 많이 뛰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독이 됐다.

독?

정상적인 신체 밸런스였다면 러닝을 잘 소화했을 거다. 그러나 올 초부터 골반이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타이어 한쪽이 마모된 상태에서 계속 달린 거다. 충격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과도한 러닝이 골반 부상으로 이어지면서 캠프에서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골반 부상으로 퓨처스리그(2군 리그) 등판도 5월이 돼서야 이뤄진 것으로 안다.

그때도 몸이 너무 좋지 않았다. ‘운동을 그만둘까’ 생각했던 시기다. 

그즈음 KIA 구단이 2주 정도 휴가를 준 것으로 안다. 

맞다. 2주 정도 쉬었다. 그때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하는 생각과 ‘예전 투구할 때의 기분을 느낀 다음 미련 없이 그만두자’는 다짐을 참 많이 했다.

2주 휴가 이후 은퇴 대신 다시 야구공을 잡았다. 이유가 있었나.

임창용 선배 때문이다. 임 선배를 보고서 생각이 바뀌었다.

임창용?

우연히 임 선배 몸을 봤는데 예전 그대로였다. 반면 내 몸을 거울로 보니…예전 몸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체중을 빼고 싶었던 차에 임 선배 몸이 큰 자극이 됐다. 그때부터 체질 개선을 통해 새롭게 몸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7월까진 퓨처스리그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8월부터 점점 투구 내용이 좋아졌다. 

퓨처스리그 시즌 중반까지 기록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준비과정이었다. 시즌 후반ㄱ;엔 준비가 잘됐다. 마음 같아선 1군에서 던지고 싶었다. 1군의 강한 타자들과 위기에서 만나 계속 상대해야 내 안의 좋은 것들을 끄집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시즌 후반기 확장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도 ‘김병현’의 이름은 없었다.

팀이 기대한 만큼의 공을 던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팀이 원하는 방향이 달랐을 수도 있고. 내가 야구를 계속할 수 있게 지켜봐 주신 것만으로도 KIA 구단엔 감사할 따름이다.

큰 기대를 모으며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김병현(사진=넥센)

KIA가 보류 선수명단에서 제외하면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한다. 

한창 좋았을 때처럼 던질 수 있으리라곤 나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게 던지길 바란다면 욕심이다. 내년이면 세월이 지나 나도 이제 마흔 가까운 나이가 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난 몇 년 동안과 비교해 지금 몸이 가장 좋다는 거다.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는 공을 던져보고 싶다. 

미련 없는 투구의 기준이 뭘까 궁금하다.

난 KBO리그 100승 투수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야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온 건 야구가 재밌고, 야구를 잘해서였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식의 확고한 꿈 같은 건 솔직히 없었다. 상황 상황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미련없는 투구는 다른 게 아니다. 예전 기분 좋게 던졌던 공을 한 번이라도 더 던지고 싶은 것뿐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절박한 감정이 느껴진다. 정말 절박한가.

(단호한 어조로) 절박하다. 열 살 전후로 야구를 시작했으니 30년 동안 야구선수로만 살았다. 시간이 흘러 코치, 유소년 야구지도자, 해설위원 등 여러 가지 일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난 아직 야구선수다. 30년 동안의 야구선수 인생을 기분 좋게, 깔끔하게 끝내고 싶다.

‘무적 선수’ 김병현을 바라보는 팀들의 고민은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바로 몸 상태와 대우다. 몸 상태는 좋은 듯하지만, ‘김병현’이라는 거물을 데려오려면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뭘 보여준 게 있어야 뭘 바라지 않겠나.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어느 팀이든 날 받아주기만 하신다면 조건 관계없이 그 팀에서 열심히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

현재 팀은 알아보고 있나.

조심스럽게 알아보려고 한다. 내 안의 좋은 걸 끄집어낼 수 있는 리그에서 뛰고 싶다. 퓨처스리그는 리그 수준도 높고, 좋은 선수도 많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만 계속 있으면 실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날 받아주는 곳이 있다면, 내 안의 숨겨진 좋은 걸 끄집어 내줄 수 있는 팀이 있다면 일본, 미국 등 국외리그에서도 뛸 마음이 있다.

현역 연장이 가능하다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리그에서도 뛸 수 있다는 말인데.

결국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다. ‘어느 무대에서 뛰느냐’보단 ‘얼마나 기분 좋게 내 공을 던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금 야구를 그만둔다면 나 자신을 계속 관찰했던 노력이 아무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리게 된다. KBO리그가 안 된다면 국외리그에 가서라도 내가 관찰했던 것들이 맞는지 확인해볼 참이다.

국내외 어느 리그에서 뛰든 ‘스프링캠프’라는 1차 경쟁과 ‘시범경기’라는 2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1군 출전이 가능하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이번에 가는 팀이 내 야구인생 마지막 팀이 될 거다. 만약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뛰었는데도 ‘안 된다’ 싶으면 기분 좋게 그만둘 수 있을 거 같다. 

"은퇴? 미국에서 그만뒀어야 했다. 

난 은퇴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의 김병현(사진=MLB)

야구계 인사들이 은퇴 갈림길에 선 베테랑들에게 하는 늘 말이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베테랑 선수들은 ‘유종의 미를 거둔 뒤 떠나겠다’고 답한다. 누군가는 김병현이 박수칠 때 떠나길 바랄 수도 있다. 

예전부터 선동열 감독님처럼 멋있게 은퇴하고 싶었다. (박)찬호 형이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은퇴할 시점엔 꼭 한국 가서 뛰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정말 본인 말처럼 됐다. 그런 찬호 형 보면서 ‘계획 있게 잘 사는 분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난 그때 찬호 형한테 “저는 한국에 안 갈 겁니다”라고 했다.

왜?

내 공을 고국 야구팬들께 보여드리는 게 부끄럽고, 창피했으니까.

메이저리그에서 그렇게 잘 던졌는데 부끄럽고, 창피하다니?

대표팀에서 부를 때 가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저 내 공이 부끄러웠다. 날 응원해준 분들께 좋은 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때 공으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2012년 KBO리그 무대에 서지 않았나.

결혼하고서 생각이 변했다.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 만약 내가 은퇴를 해야 했다면.

했다면?

미국에서 그만뒀어야 했다. 난 은퇴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 

미국에서라면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었던 2007년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2007년 이후로 2010년 미국 독립리그에서 뛸 때까지 3년을 쉬었다. 그땐 정상적인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 기간을 혼자 버텼다는 거다. ‘동료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훈련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때도 은퇴하지 않았던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3년 동안 편한 기분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꿈을 꾸면 항상 어렸을 적 기분 좋게 야구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잠에서 깨면 다시 현실이고. ‘다시 야구하자’는 생각을 한 게 그즈음이었다. 그래서 2010년 독립리그 팀에서 뛰고, 2011년 일본 프로팀(라쿠텐 골든이글스)에도 가고, 2012년 한국(넥센)까지 오게 된 거다.  

월드시리즈 우승 세레머니를 펼치는 김병현(사진=gettyimages/ 이매진스)

미취학생 딸과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아빠가 얼마나 훌륭한 투수였는지 모를 거 같다.

TV에서 야구 중계를 하면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내가 아닌데도 애들이 “아빠다!” 한다(웃음). 넥센 시절 아이들이 나 몰래 엄마랑 와서 아빠 경기를 본 모양이다. 내가 그걸 알고 다음부터 야구장에 못 오게 했다.

아니 왜?

부끄러우니까. 딸이 유치원에 가면 “우리 아빠, 야구선수”라고 항상 이야기한단다. 그럴 때마다 딸한테 “쓸데없이 그런 이야기하지 마라”고 한다. 딸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귀엽기는 한데 나 자신에게 늘 불만족한 상황이라, 그런 이야기를 하면 왠지 창피해진다.

창피?

예전에 사람들이 날 보고 “김병현 선수시죠?”하고 물으면 항상 “아닌데요”라고 했다. 그때도 그분들이 싫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창피해서 ‘아닌데요’라고 했던 거다. 내 공에 만족을 못 하니까 떳떳하게 ‘야구선수 김병현’이라는 말을 못하겠더라. 더 좋은 활약을 펼친 다음 당당하게 ‘저 김병현 선수 맞습니다’하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시간이 흐르면 나도 마이클 조던처럼 멋진 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짧게 숨을 토해내며) 하지만, 날 기다리고 있던 건 마이클 조던이 아니라 내리막길이었다. 

음.

지금 내가 이런 인터뷰하고 있는 걸 보면 나도 많이 긍정적으로 변한 거 같다(웃음). 다시 1군 무대에 도전하려는 건 내 자식들에게 ‘아빠가 어떤 야구선수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 아니다. 나를 위한 거다. 전적으로 내 오기다.  

"내가 납득하지 못하면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유니폼 벗을 계획이다."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 시절의 김병현(사진=엠스플뉴스 박동희 기자)

현역 연장 의사를 밝혔지만, 그게 현실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만약 구애를 보내는 팀이 없으면 결국 은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데. 

은퇴라, 글쎄. 생각보다 슬프진 않을 거 같다. 여담인데, 내가 어느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해도 ‘은퇴식 좀 해주세요’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 같다. 

왜?

창피하니까(웃음). 

창피하다면 지금이 가장 창피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현역 연장을 하려는 건 '한 번이라도 창피하지 않은 공을 던지고 싶어서' 아닌가.

맞다. 어느 분은 ‘이 정도면 잘했어, 그동안 고생했어’ 하실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우리 야구계는 세대교체가 빠른 거 같다. 어느 정도 베테랑이 되면 힘들어진다. (이)병규 형, (홍)성흔이 형만 봐도 그렇고. 누구나 새 물건을 좋아한다. 선수들도 잘 안다.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선 늘 아쉬운 법이다. 어린 선수가 베테랑보다 실력이 월등하면 어느 베테랑이든 자청해서 옷을 벗을 거다. 그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더 한번 현역생활에 도전하려는 거다. 

맞는 말이다.

(길게 숨을 내쉬며) 이번 겨울이 내 30년 야구인생의 마지막 테스트 기간이 될 거다. 잘하면 내년, 내후년에도 현역생활을 계속할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이 납득하지 못하면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은퇴를 결심할 거다.

현역 이후의 인생과 관련해 많은 생각을 했을지 싶다. 구체적으로 그린 그림이 있나.

구체적으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어린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스카우트도 재밌을 거 같다. 지도자 역시 나름 보람이 있을 거 같고.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점점 좋아지는 선수 기량을 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내년 시즌 마음에 드는 공을 던지면, 그 즉시 마운드에서 내려가 은퇴를 선언하는 거 아닌가.

안 된다. 경기 끝나고 내려가야 한다(웃음).

김병은 현재 최상의 몸 상태다. 2007년 이후 가장 좋은 몸 상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상의 몸으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투구를 한번은 꼭 해보고 싶다는 건 김병현. 그는 어느 팀이든 불러주면 마운드 위에서나 더그아웃에서 팀이 원하는 베테랑 투수가 되겠다는 자세다.

김병현 같은 베테랑은 마운드에서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카드다. 넥센, KIA 시절 동료 선수들이 말하는 김병현을 종합하면 “후배들 터지하는 법 없이 원하는 선수에 한해 좋은 조언을 잘 들려주는 선수”였다.

젊은 선수들한테 말 많이 하면 안 되니까 조금씩 이야기를 해준 적은 있다. 아무래도 내가 코치가 아니니 뭔가를 말하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어느 팀에 가던 후배들에게 뭔가를 조언해주는 역할은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게 선배로서의 임무이기도 하고.

내년 시즌 마운드에 서서 다시 힘찬 투구를 할지 모른다. 그때의 김병현에게 지금의 김병현이 영상 메시지를 보낸다면.

타인에겐 관대했지만, 나에겐 항상 냉정했다. 지금은 나 자신에게 ‘지금 계속 야구하려는 모습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야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실망하지 말고 잘 도전했으면 좋겠다. 김병현, 화이팅!

박동희, 김근한 기자 dhp1225@mbcplus.com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 엠스플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