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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탄핵 나서라’ 靑의 도발적 메시지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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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에 전면전 선포

보수 결집 겨냥하며 시간 끌기

국회ㆍ헌재 구성에서도 자신감

황 총리는 ‘버티기 카드’로 활용할 듯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여야의 압박에 청와대는 20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테니, 차라리 탄핵에 나서라’는 도발적 메시지를 검찰과 정치권에 보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차라리 헌법상ㆍ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 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적시하자 역공을 취한 것이다. 정 대변인이 거론한 ‘헌법상ㆍ법률상 합법적 절차’는 대통령 탄핵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리는 절차인 탄핵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우선 청와대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는 최대 8개월이 걸린다. 청와대는 시간을 벌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고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릴 ‘재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 연루 의혹이 제기된 부산 엘시티(LCT) 비리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것도 반격 카드의 하나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야당의 ‘황교안 딜레마’도 시간 끌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때문에 총리부터 바꾸고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과 ‘정체성 코드’가 맞는 황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한 박 대통령의 통치가 사실상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통령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후보자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임 총리는 내년 대선의 흐름을 바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여야와 대선주자들이 총리 후보자를 놓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하느라 시간을 흘려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지 않은 채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덜컥 넘긴 것이 탄핵 정국을 지연시키려는 꼼수였다는 의심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좋은 후보자를 추천해 주면 박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국회가 탄핵 명분으로 삼을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놓고도 지루한 사법적,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을 “청와대의 정상적 업무이며, 재단 사유화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변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청와대는 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객관적 증거를 무시하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검찰이 주장한 박 대통령의 혐의들을 전면 부인했다.

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새누리당 의원 29명 이상이 찬성 투표를 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이 정치 생명을 걸면서까지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청와대는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청와대가 탄핵 공세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오만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이유다. 실제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는데도, 야당들은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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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국 전면 한한령…전지현 드라마, 송중기 광고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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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江蘇)성 방송국 책임자가 한국 스타가 출연하는 모든 광고 방송을 금지하라는 상부 통지를 받았다. 사태가 긴급하다. 방송사 모두 행동에 들어갔다.”

지난 주말 중국 연예가 소식에 정통한 웨이스관차성(衛視觀察生)이란 아이디의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이다. 이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한류 스타의 광고를 포함해 한류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졌다.

이언왕(藝恩網)과 텅쉰(騰迅)오락 등 중국 인터넷 연예 뉴스는 20일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전면 업그레이드’란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아직 공식 문건이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한국 드라마·영화·예능 프로그램과 한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콘텐트가 모두 방송 금지된다. 단 이미 심의를 통과한 작품이나 방송 포맷을 정식으로 구입한 예능 작품은 예외”라는 지침이 전해졌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지방 31개 성·시 위성방송은 물론 지방 방송과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까지 적용돼 중국 내 한류 콘텐트 유통이 크게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① 중국산 스마트폰 광고 모델에서 하차한 송중기. ② 중국 심의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사임당'. ③ 한국 단독 방영을 시작한 이민호·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④ 중국 팬미팅이 갑작스레 취소된 김우빈과 수지. ⑤ 한·중 합작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에서 출연 분량이 모두 삭제된 유인나. [중앙포토]
중국 연예 전문 SNS 매체인 촨메이취안(傳媒圈)은 20일 “전국 방송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모호했던 한한령이 실체를 드러냈다”며 “중앙의 공식 문건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중국 문화부가 공개한 해외 영상물 수입 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아이유·이준기가 주연한 ‘보보경심 려’를 끝으로 심의를 통과한 한국 작품은 전무한 상태다. 한·중 공동 투자로 제작된 이민호·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끝내 중국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지난주 한국 단독 방영을 시작했다.

이번 한한령은 “▶한국 단체의 중국 내 연출 금지 ▶신규 한국 연예기획사에 대한 투자 금지 ▶1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한국 아이돌의 공연 금지 ▶한국 드라마·예능 협력 프로젝트 체결 금지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의 중국 내 송출 금지” 등을 포함한다. 촨메이취안은 중국 당국이 이 조치를 지난 9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국 기업·브랜드·광고모델 등 한국을 나타내는 어떤 요소도 방송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류 스타의 중국 내 광고 활동에 대한 규제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 8일 시작된 중국산 스마트폰인 VIVO의 신형 모델인 x9 광고에서 기존 모델 송중기가 중국 영화배우 펑위옌(彭于晏)으로 교체됐다. 중국 화장품 업계도 비상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송중기를 모델로 채용했던 프로야(珀萊雅·PROYA), 김수현의 한허우(韓後), 송혜교의 쯔위안(滋源), 안재현의 훠취안(活泉) 등 중국 화장품 업체들도 당국의 불이익 조치를 피하기 위해 한국 모델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지난 7월 8일 한·미 양국의 사드 공식 배치 발표 이후 사안별로 적용됐던 한한령은 전면 금지령으로 강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중국판 ‘아빠 어디가’ 시즌 4를 촬영한 황치열의 출연 부분이 가위질당했고, 후난(湖南)위성방송의 한·중 합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相愛穿梭千年)2’는 탤런트 유인나 출연 분량이 모두 삭제된 채 방영됐다. 하지만 ‘보보경심 려’가 심의를 통과하면서 업계에선 사드 배치가 지연되면서 한한령 해제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가 지난 16일 경북 성주의 롯데 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의 군 보유지를 교환해 사드 배치를 서두른다는 발표가 나오자 중국의 입장이 강경하게 돌변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단호하게 취함으로써 스스로 안보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영화업계의 한 인사는 “이번 한한령이 공식적으로 문서로 확정된다면 막 성숙 단계에 진입하려는 한·중 양국 간 문화 산업 협력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 연예 시스템을 중국 문화 산업 인력을 업그레이드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목표로 대규모 선행투자를 해왔다”며 “한한령이 공식화된다면 지금까지 준비해 온 각종 개별 프로젝트는 물론 양국 간 산업 협력 모델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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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전락 박 대통령… 헌정사 초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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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최순실 등 3명 기소… ‘대통령과 공범’ 공소장 적시 / 변호인측 “검 공정성 못 믿어… 수사 응하지 않을 것” / 주말 전국서 ‘100만 촛불’집회… 26일 서울서 재집결
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되는 헌정사상 초유 사태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비선 실세 최순실(60)씨,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 3명을 구속기소하며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앞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특정해 정식 피의자로 입건하는 절차도 밟았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박 대통령이 주도했으며 재정 모금은 안 전 수석이, 사무처 인사는 최씨가 각각 분담한 것으로 파악했다. ‘미르’라는 명칭은 최씨가 작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7대그룹 총수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모금 협조를 직접 요청했으며,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기업별로 출연금 액수를 분배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찰은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3명을 기소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이들의 ‘공범’으로 지목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빼돌려 최씨 측에 건넨 청와대 문건 180건 중 47건이 국가기밀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 작성한 공소장은 법률상 무의미하다”며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는 만큼 앞으로 검찰 수사에 일절 응하지 않고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검찰이 제시한 대면조사 방안을 박 대통령 스스로 거부했다는 점에서 유 변호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다.

한편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주말 촛불집회가 19일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주최 측 추산 서울 60만명, 지역 35만명 등 95만명(경찰 추산 26만명)이 모였다. 3차 집회 때 서울 도심을 뒤덮었던 ‘100만 촛불’이 전국으로 번진 셈이다.

이번 주말(26일) ‘서울 집중집회’를 앞둔 숨고르기 성격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박 대통령의 수사 회피, 최씨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학사·입시부정 확인으로 분노한 민심이 다시 거리로 쏟아졌다. 26일 5차 주말 촛불집회는 ‘피의자 박 대통령 퇴진’을 압박하는 민심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주최 측이 ‘서울 100만 집회’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그간 진행돼온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라리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태훈·김범수·이창수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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