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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인원 집계, 앉으면 6명 서면 9명? 한국은 여전히 눈대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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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 집회인원 집계, 어떻게 발전했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리있는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외국에서는 집회 인원을 헤아리는 데 영상분석과 와이파이(WiFi) 등 첨단 방식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어림수에 의한 ‘주먹구구식’ 집계가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객관적으로 검증된 방식이 없어 경찰과 집회 주최 쪽의 집계에 편차가 크고, 이는 사회적 불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인원을 놓고 경찰청은 26만명이라고 발표한 데 비해 주최 쪽은 100만명이라고 밝혔다. 4배 가까운 차이지만, 2008년 6월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대행진 때 주최 쪽 70만명 대 경찰 추산 10만5천명, 2013년 8월10일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집회 때 10만명 대 1만6천명에 비하면 큰 차이도 아니다.

경찰이나 집회 주최 쪽 모두 집계에 사용하는 방식은 ‘페르미 추정법’이다. ‘원자력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엔리코 페르미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정답이 없고 논리적 추론을 통해 답을 유추해야 하는 문제를 만들어낸 데서 유래했다. 근래 대기업 면접시험에 나온 “서울 중국집 전체의 하루 판매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하시오”, “서울시의 바퀴벌레 수는 모두 몇 마리인가?” 식의 문제가 페르미 추정법 유형이다. 경찰이 쓰는 방식은 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 허버트 제이컵스 교수가 페르미 추정법을 발전시켜 만든 ‘현대적 군중 인원수 측정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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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스는 연구실 창가에서 날마다 열리던 베트남 전쟁 반대 집회 학생들을 보면서 대학 광장 바닥의 격자 안에 들어가는 학생 수를 세는 방식으로 집회 인원을 집계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집회는 한 사람이 차지하는 면적이 0.9㎡, 밀도가 높으면 0.405㎡라는 측정값을 제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앉아 있을 경우 3.3㎡(1평)당 6명, 서 있을 경우 9명으로 계산해 면적 대비 인원수를 집계한다”고 말했다. 한선범 진보연대 언론국장은 “12일 집회 때 주요 지점별로 담당자가 나가 인원수를 직접 헤아리고 과거 집회 경험, 지역에서 올라온다고 보고된 인원 등을 고려해 집계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 운집 경험은 없어 100만명은 상징적 수치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영상분석, 와이파이로 첨단화 불구
국내선 여전히 어림수 추산
경찰-주최 쪽 인원수 편차 커
“실시간, 연인원 병기라도 해야”


주일엽 중부대 경찰경호학과 교수는 “집회 특정 시점의 최대치를 추정하는 경찰 쪽의 실시간 집계 방식이나 주최 쪽의 연인원 집계 방식 모두 페르미 추정법이라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밀집도 등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언론 등에서 두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기보다 집계 방식을 함께 밝혀주면 그나마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95년 10월 흑인 무슬림 지도자 루이스 파러칸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백만인의 행진’에 참석한 인원을 공원경찰이 40만명이라고 발표하자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해 의회가 공원경찰의 집회 인원 집계를 금지하기도 했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사는 2010년 8월 보수논객 글렌 벡의 링컨기념관 집회와 이를 패러디해 같은 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의 토크쇼에서 ‘디지털 디자인 앤 이미징 서비스’(DDIS)에 의뢰해 10% 오차 범위로 정확한 인원수를 계산해냈다. 디디아이에스는 집회장 상공에 원격조정 카메라가 탑재된 기구를 띄워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3D 지도 위에 합성하는 방식으로 군중 수를 세었다. 벡 집회의 경우 디디아이에스는 8만7천명이라고 밝힌 반면 벡은 최대 65만명이라고 추정했으며, <엔비시>(NBC) 방송사는 3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미 센트럴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지난해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행진에 참가한 인원을 30분 만에 53만명이라고 집계해냈다. 또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와이파이 신호 세기를 측정해 특정 지역을 통행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는 기술을 개발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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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적용된 공모혐의 9가지…'출연강제·비밀누설·인사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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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최순실 등 일괄기소 공소장에 대통령 연루 9가지 혐의 기재
- 미르·K재단에 기업 출연금 강제, 더블루K 사업비 지원 등 게입 판단
- 청와대 문건 유출도 대통령 지시로 시작..기밀만 47건 달해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결론 내렸다. 또 박 대통령을 참고인에서 혐의가 뚜렷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는 20일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정호성 전 제1부속실 비서관 등 3명을 일괄 기소했다. 지난달 27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특별수사본부장으로 하는 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나선지 약 한 달 만이다.

검찰은 이날 최씨와 안 전 수석 그리고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 9가지를 기재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의 설립 및 출연금 모금, 현대자동차가 최씨의 지인업체에 11억원 상당의 일감을 준 것에도 관여했다고 봤다. 이 업체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학부형이 운영하는 회사다. 검찰은 롯데그룹으로부터 최씨 소유의 더블루K가 이익을 창출할 체육시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업비 70억원을 지원받은 혐의에도 박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포스코그룹에 배드민턴팀을 창단하라고 강요하고, 최씨 등이 포스코그룹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에도 함께 연루된 것으로 봤다. 또 검찰은 KT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측근인 이동수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에도 공모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 사태 역시 박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약 3년에 걸쳐 180건의 문건을 이메일과 인편을 통해 최씨에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중 47건은 기밀문건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을 “형법 30조 공동정범 조항에 따른 공범 관계”로 규정했다. 박 대통령이 단순히 범죄를 도운 것이 아니라 함께 모의하고 적극 실행했다는 의미다. 또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은 박 대통령의 조사 없이도 진술과 증거를 통해 “99% 입증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현직 국가원수가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피의자가 되면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수사와 관련 검찰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씨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사기미수죄 등의 혐의를 받고 안 전 수석은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 등의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된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기소 후 추가수사를 통해 혐의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석 (chojur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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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99% 입증 가능한 것만 적시” 뇌물죄도 계속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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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대통령 수사 어떻게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 20일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대통령은) 헌법상 불소추 대상이다. (수사도) 그 조항을 보면 된다.”(지난달 27일 특별수사본부 출범 때 이영렬 본부장)

당시 검찰은 현직 대통령 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 책과 조문을 보라”고 했다. 대통령 수사는 못한다는 분위기를 풍겼다.하지만 이영렬 수사본부장은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60)씨 등의 “공범”이라고 발표했다. 기자들과 추가 문답을 나눈 노승권 1차장검사도 “(대통령의 행위를) 법률에 위배된 행위로 판단했다”고 못 박았다.

노 차장검사의 말은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능한 경우를 규정한 헌법 제65조1항의 문구와 일치한다. 그는 이어 “최순실·안종범·정호성씨 등 3명의 공모 관계와 관련해 (대통령을) 정식으로 입건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직권남용과 강요, 공무상 기밀누설 등 3개 범죄의 공범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99% 입증 가능한 부분만 적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 흐름을 보면 ①‘최순실씨가 직접 또는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부탁’ → ②‘박 대통령이 이를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지시’→ ③‘안 전 수석이 최씨와 함께 대기업과 정부 부처에 힘 행사’ 등 패턴이 거의 일정하다.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은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 안 전 수석이 작성한 다이어리였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생활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대통령 지시 사항이란 항목을 만들어 대통령 말씀과 이행을 모두 적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세세한 것까지 챙겼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다이어리 속 등장인물들을 불러 기록된 내용을 확인했다. 최씨를 제외한 대부분이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을 인정했다.

덕분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기금 모금부터 최씨의 민원성 업무 처리까지 드러났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도 주요 증거가 됐다. 정 전 비서관과 통화한 박 대통령과 최씨 목소리에 공모의 정황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소장에 표현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더 큰 과오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고 특검 수사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특검 출범까지 추가 범죄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와 현재 기소되지 않은 주요 관련자들의 사건이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최씨의 독일 현지 기업인 코어스포츠로 직접 송금한 280만 유로(약 35억원)와 조카 장시호(37)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지원한 의혹이 대표적이다.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드러나면 제3자 뇌물이 된다.

또 차은택(47·CF 감독·구속)씨와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수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 사람이 문체부와 관련 단체의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 수사다. 차씨는 포스코 광고계열사 포레카 강탈 미수 사건에 주요 관련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묵인하거나 비호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기춘(77) 전 비서실장에 대한 의혹도 풀어야 할 숙제다.
◆피의자 박근혜 강제수사 어디까지
검찰은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해 이번 주 다시 대면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조사에 불응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미 최씨 등을 기소한 만큼 검찰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피의자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일반 피의자의 경우 3회의 출석 거부 시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선다. 헌법 84조 불소추 특권의 보호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란 점에서 검찰이 섣불리 강제수사 및 기소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 대통령을 겨냥한 압수수색은 가능하지만 긴급체포나 구속 등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김성일 변호사는 “긴급체포 등 강제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 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공범들을 기소함에 따라 박 대통령은 퇴임하면 바로 재판에 넘겨진다. 추가 혐의가 드러나면 다시 조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박 대통령은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범이다. 각각 5년 이하와 2년 이하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 모두 유죄 판단을 받으면 형량이 무거운 직권남용의 형량에 절반을 가중해 최대 징역 7년6월의 선고가 가능하다.

글=오이석·손국희 기자 oh.iseok@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오이석.손국희.장진영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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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 통해 본 朴 대통령…최순실 민원요청 '해결사'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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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6.1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朴 대통령, 정유라 동창 부모 회사 사업도 챙겨줘
최씨에 '공무상 비밀' 담긴 靑 문건 전달하라는 지시도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60·개명 전 최순실)의 '해결사'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해 최씨에게 각종 이권을 몰아주려 한 정황이 드러나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설립한 재단에 편의를 봐주기 위해 KT 인사에도 관여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20·정유원에서 개명)의 친구 부모의 사업까지 챙겨주면서 최씨의 민원성 요청까지 들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적시된 박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최씨와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는 등 서로 40년간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 오다가 제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최씨가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더욱 두터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이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과 공모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 혐의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모 SK이노베이션 회장을, 25일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과 순차적으로 단독 면담을 하고 이 자리에서 문화·체육관련 재단 법인 설립을 적극 지원해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받아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고 최씨는 재단의 인사와 운영을 장악하기로 했다.

최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에게 같은해 10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하는 시기에 맞춰 문화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고 이를 보고받은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는 지시를 내렸다.

10월21일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인 미르라고 하라'면서 최씨가 마련한 임원진을 임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씨는 2차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경련이 보고한 9개 그룹 분배 금액을 조정해 확정했다.

안 전 수석은 재단법인 미르 출연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하고 다른 기업들을 포함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최종적으로 총 16개 그룹이 급하게 자금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안 전 수석은 전경련 측에 미르의기본 재산과 보통재산 비율을 기존에 9:1에서 2:8로 조정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16개 그룹 대표들은 이런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불이익을 두려워해 총 486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일과 20일 두차례에 걸쳐 안 전 수석에게 최씨가 작성한 K스포츠 임원진 명단을 주며 임명할 것을 지시했다. 16개 기업은 288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박 대통령이 최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한 기업 관련 직권남용, 강요 혐의

최씨는 2013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딸 정유라씨의 친구 부모인 이모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에 대한 사업소개서를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현대차가 이 회사의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현대차는 총 10억6000만원 상당의 이 회사 제품을 납품받았다.

최씨는 이런 대가로 이씨로부터 1162만원 상당의 샤넬백 1개와 현금 4000만원을 건네받은 뒤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시 이씨가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게 도와줬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올해 2월15일 최씨가 설립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자료를 현대차측에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현대차그룹의 광고를 수주한 플레이그라운드는 총 9억1807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다.

최씨는 올해 2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에서 이권사업은 최씨가 설립한 더블루케이가 담당하는 사업을 마련해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월14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단독면담 직후 안 전 수석에게 '롯데가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상황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미 미르·K스포츠재단에 많은 자금을 출연 또는 출연하기로 했던 롯데는 35억원만 내면 안되겠냐고 했지만 결국 70억원을 송금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2월22일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하는 자리에서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을 해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 포스코는 어려운 경영사정 등으로 부담스러웠지만 대신 계열사 산하에 2017년부터 창단 비용 16억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하고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에 맡기도록 최종 합의한다.

최씨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함께 대기업 광고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모스코스를 설립하고 원활한 수주를 위해 측근을 KT 광고업무 책임자로 채용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 최씨의 측근을 KT에 채용하고 인사 이동까지 지시한다. 이에 따라 플레이 그라운드는 KT광고를 수주해 총 5억1669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최씨는 올해 1월 스포츠 선수단 신규 창단하고 업무 대행을 더블루케이가 맡는 용역계약을 체결할 대상 기업으로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LK)를 정한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안 전 수석에 GLK에서 장애인 스포츠단을 설립하는데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케이를 소개해 주라는 지시를 내린다.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이 공모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정 전 비서관은 3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4월까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자료 등 총 180건의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했다.

이 중 2013년 10월 국토교통부장관 명의의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안) 검토' 문건 등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은 문건 총 47건을 박 대통령의 지시로 이메일, 인편 등을 통해 최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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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과 공범"… 憲政 첫 피의자 대통령

"최순실과 공범"… 憲政 첫 피의자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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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 중간발표]

검찰 "朴대통령, 대기업 모금 지시 등 혐의… 99% 입증 가능

안종범·정호성과도 공모 관계, 대통령 뇌물 혐의 계속 수사"

검찰이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의 불법 설립 및 강제 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등을 공모(共謀)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는 이날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등 3명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범죄 사실과 관련한 상당 부분에서 공모 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형법 30조(공동정범)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것은 헌정(憲政)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은 "헌법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최·안·정 등 3인의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 적힌 대통령의 혐의는 99% 입증이 가능한 것만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작년 7월 안 전 수석에게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한 뒤 기업인들을 독대(獨對)한 자리에서 "문화·체육 재단을 만들려고 하니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씨에게 "재단 운영을 살펴봐 달라"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전경련 등을 통해 모금에 나섰고, 그해 10월 16개 그룹으로부터 486억원을 받아 미르재단이 만들어졌고, 올 1월 288억원의 기금으로 K스포츠재단이 설립됐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정한 대로 재단의 명칭(미르)과 임원진, 사무실 위치(서울 강남) 등을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요청을 받아 지난 3월 검찰이 내사(內査) 중인 롯데그룹에 하남시 체육 시설 건립 기금 70억원 출연을 요구했고, 현대차·포스코·KT 등에 160억원가량의 일감을 요구했다. 최씨가 설립한 광고 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스포츠 기획사 더블루K 등을 밀어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친구의 부친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납품 청탁에도 관여했다. 이 업체는 현대차에 10억원어치 넘는 제품을 납품했고, 최씨는 그 대가로 1100만원짜리 샤넬 백과 현금 등 5162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최순실이 청탁하면 대통령은 대기업 회장에게 미리 말을 해 놓은 뒤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해 일을 성사시키도록 만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해 정부 고위직 인사 계획, 국무회의·수석비서관회의의 대통령 말씀 자료, 해외 순방 문건 등 180건의 자료를 이메일 등으로 최씨에게 보내줬다. 이 중 기밀(機密)에 해당하는 자료는 47건이었다. 이 부분 역시 검찰은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과 공모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재훈 기자 acrob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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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법원으로…치열한 공방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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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 비서관.(왼쪽부터 © News1
수첩·녹음파일 등 증거 주목…관련자 법정 진술도 관심
'공범' 대통령 혐의는 어디까지…검찰 "99% 입증가능"


(서울=뉴스1) 성도현 기자 = 검찰이 20일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을 구속기소한 가운데 수사 단계에 이어 법원에서도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진술증거와 업무수첩, 휴대전화 녹음 파일 등 광범위한 증거를 종합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는데 최씨 등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최씨 등에 대한 재판은 21일 중 법원의 배당 절차를 거쳐 합의부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여러 쟁점과 입증계획 등을 정리하게 된다.

◇수첩·녹음파일 등 핵심 증거…'관련자' 진술도 관심

국정농단 사태를 가져온 최씨 등에 대한 재판에서는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10여권과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수십개의 녹음 파일이 핵심 증거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 및 박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회장 등 관련자들의 진술 신빙성 여부도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 수첩에 메모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 전 비서관 역시 최씨 및 박 대통령과의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정에서 이 내용들이 전부 또는 일부 공개가 된다면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씨는 구속 상태로 검찰에 거의 매일 불려 나가 조사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혐의에 대해 대부분 부인했는데 법정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국정개입을 폭로했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 등에 관련자들의 진술조서를 최씨 측이 증거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들은 법정에 나와서 증언해야 한다.

변호인이 수사과정 서류 등 특정 자료에 대해 증거 부동의 의견을 밝힐 경우 검찰은 증인을 신청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의 공범으로 묶었는데 안 전 수석은 그동안 책임을 인정하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안 전 수석 측은 검찰 측 증거에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객관적 증거, 박 대통령이 연설문 등을 건넨 사실을 밝힌 상황 등 때문에 혐의를 인정하고 정상참작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 News1
◇'최순실 등과 공범' 박 대통령 혐의는 어디까지

검찰은 최씨 등 3명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이 이들과 공범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에 따라 공개 법정에서 증거 공개나 증인의 진술, 검찰의 추가 수사 등에서 대통령의 관여 범위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에서 세부적인 내용이 하나둘씩 공개될 경우에는 하야·탄핵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란죄 등이 아니면 재임 중 기소되지 않는다는 헌법 규정상 박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은 없어 검찰이 최씨 등의 재판에서 어떻게 공소유지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원래 이번 주 중에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조사할 계획이었지만 박 대통령 측이 검찰 수사에 불응하고 있어 특별검사 활동 시작 전 조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일각에서는 가장 중요한 대통령 조사 없이 우선 시작하는 재판이라 검찰에 불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관계와 드러난 것 중심으로 공소장을 썼고 99% 입증 가능한 부분만 적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특검 수사 이후 대통령 조사를 통해 받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최씨 등의 재판에 추가 증거로 낼 수도 있다. 최씨 등이 이 조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증인으로서 법정에 서야 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대통령이 증인으로 채택되면 원칙적으로 법원에 나와야 한다"면서도 "검찰이 대통령을 공범으로 봤는데 대통령이 공범 재판의 법정에 나와 자신의 혐의를 자백하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dhspeop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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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특검前에 속전속결… 다음 타깃은 장시호-김기춘-우병우

| 기사입력
[동아일보]
[‘피의자’ 대통령]향후 수사 어디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박근혜 게이트’라는 세간의 시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비리와 이에 개입한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상당 부분 밝혀졌지만 규명해야 할 의혹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검찰은 내달 초로 예정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 씨,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장막을 한 꺼풀 벗겨낸 것이라면 ‘평창 겨울올림픽 사유화’ 의혹 수사는 이제 본격화되는 단계다. 올림픽 이권 사유화의 중심에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구속영장 청구)가 있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상당수 드러났다.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장 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해 주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직접 챙기며 출연금 모금을 독려했듯이 영재센터도 비슷한 방식으로 직접 관리한 정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기관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예산 집행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55·구속영장 청구)이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도 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했다. 김 전 차관이 삼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안 전 수석의 지시라고 한다. 역시 박 대통령이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 씨는 누림기획과 더스포츠엠을 통해 문체부 및 K스포츠재단의 일감을 따낸 정황도 있다. 여기에도 박 대통령 및 청와대가 간여했는지 검찰은 확인하고 있다. 장 씨는 비교적 검찰 조사에 순응하며 사실 관계를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개입 의혹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아를 막론하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을 강도 높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지금이라도 숨은 ‘우병우 사단’을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대해선 전광석화처럼 파헤치는 검찰이 우 전 수석 앞에선 작아지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법적,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준 공식적 실세는 김 전 실장”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부두목 김기춘 구속 수사를 검찰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차관 취임 초기 김 실장이 전화로 어딘가로 나가 보라고 했다. 갔더니 최 씨가 있었다. 이후 최 씨를 여러 번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이 지속적으로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과 배치된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막후에서 지휘한 것처럼 김 전 실장이 대통령비서실장의 힘으로 인사에 개입했거나 지시를 내렸다면 그 역시 직권남용 혐의가 될 수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미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포스코 측에 청와대 인사 개입 관련 문제를 외부에 발설하지 말도록 한 지침을 전달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도 최 씨 농단을 적극적으로 묵인하거나 도운 단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검찰 수사가 이뤄지자 민정수석실은 비선 실세 내용이 드러나지 않도록 진술하라고 한일 전 경위를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시하고 막아야 할 민정비서관실이 반대 행보를 보였고, 당시 수장은 우 전 수석이었다. 그 역시 이번 사태의 몸통이 될 수 있는 정황이다.

우 전 수석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구속)의 개인 비리를 내사하고도 이를 무마한 의혹과 함께, 사실상 박 대통령이 롯데에 70억 원을 요구해 받은 과정에도 민정수석실의 정보가 작용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받고 있다. 또 그가 변호사 시절 현대그룹의 ‘막후 실세’로 의심되는 황두연 ISMG코리아 대표의 횡령 사건 변호를 맡았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단서도 포착됐다. 이 사건은 몰래 변론으로 이뤄진 정황이 강하다. 검찰 조직을 주무른 그의 흔적이다. 향후 특검 수사에서는 검찰이 밝히지 못한 모든 국정 농단 의혹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김준일 jikim@donga.com·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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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朴대통령, 최순실씨 뜻대로 미르 작명… 사무실 위치까지 정해”

| 기사입력 | 최종수정
[동아일보]
[‘피의자’ 대통령]최순실 등 공소장으로 본 공모 혐의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각종 범죄 혐의에 사실상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먼저 제안했고, 재단 이름을 짓는 과정부터 이사진 구성과 자금 모금에까지 꼼꼼하게 직접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이 공무상 비밀누설을 한 것도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라는 점이 검찰 수사 결과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검사장)는 “(대통령은) 공모 관계로 형법 30조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함께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의미다. 공소장에는 ‘대통령과 공모(共謀)하여’라는 표현이 9번 들어갔다.

○ 재단 이름부터 모금까지 박 대통령이 손수 챙겨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정호성 전 비서관을 일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밝힌 공소 사실에서 대통령의 공모 사실을 명확히 적시했다.

최 씨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을 직접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국정기조 중 하나로 정했다. 그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로 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회원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같은 달 20일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7개 그룹 회장들에게 대통령이 단독으로 면담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같은 달 24, 25일 현대자동차그룹, CJ그룹, SK이노베이션, 삼성그룹, LG그룹, 한화그룹, 한진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을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문화·체육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데 적극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이후 최 씨에게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했다. 최 씨가 국정 농단을 주도했다는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오히려 직접 나서 최 씨가 일을 시작했다는 의미다. 미르재단이란 명칭과 인사 구성도 박 대통령이 일일이 챙겼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1일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 등의 지시를 했다. 미르재단 명칭은 박 대통령이 지시하기 약 한 달 전 최 씨가 처음 지었다. 인사 구성과 사무실 위치까지 직접 정했다. K스포츠재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박 대통령 “롯데에 70억”… KT 상무 인사에도 관여

검찰 수사에 따라 제3자 뇌물수수 공모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롯데그룹의 70억 원 추가 출연금 부분도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은 ‘하남의 대한체육회 부지에 대형 체육시설을 짓는 데 도와 달라’며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 원 출연을 롯데그룹에 강요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올 3월 10일 안 전 수석에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3월 14일 단독 면담을 준비하라 해 독대 자리가 마련됐고 이후 롯데 측이 자금 출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이 대통령으로부터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그 진행 상황을 챙겨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박 대통령이 KT 상무 등 인사에 개입하면서 최 씨 실소유인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깨알 지시’를 했다는 점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과 8월 안 전 수석에게 “이동수라는 홍보 전문가가 있으니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혜성도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들은 최 씨의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구속) 등과 가까운 인물이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 “이들을 KT의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는 지시를 받고 황 사장에게 전달했다. KT는 올 3월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해 68억1767만 원 상당의 광고 7건을 발주했다.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이권 요구를 처리한 듯한 민원 해결사 행태를 보인 것이다.

정 전 비서관에게 적용된 공무상 비밀누설죄 역시 박 대통령이 주도했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 씨에게 이메일 등으로 전달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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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설립때 '10大그룹 회장들과 면담 잡으라' 안종범에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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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朴대통령]

검찰 "朴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기획·모금·운영 모두 주도했다"

- "전경련 기업서 돈 갹출하라"

朴대통령, 재단 설립 지시하고 늦어지자 "서둘러라" 독촉도

최순실에겐 "운영 살펴봐달라"

- 최순실이 말하면 朴대통령이 지시

"재단 이름은 용을 뜻하는 미르, 이사장 김형수·사무총장 이성한, 사무실은 강남 부근 알아보라"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계획부터 출연금(出捐金) 모금, 재단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일 공개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한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이 한류(韓流) 확산과 스포츠 인재 양성을 위한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했고, 재단법인의 재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소속 대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요청해 최씨가 재단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한 사람들로 구성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 계획"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계획한 시점은 지난해 7월쯤이다. 같은 달 20일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테니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24~25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등 7개 대기업 총수와 독대(獨對)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과 청와대 비서실 보고 문건 등의 증거 자료들을 토대로 박 대통령이 총수들과 독대하면서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려는 데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기업 총수 독대 뒤 안 전 수석에게 "기업들로부터 돈을 갹출해 각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 관련 재단과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에게 "기업들로부터 돈을 갹출해 문화 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때부터 최씨는 재단의 인사·운영 장악에 나섰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채 설립하지도 않은 재단의 이사장과 이사들의 면접을 진행했고, 이들을 재단 이사장과 임원으로 선정했다.

◇"설립 늦어지자 박 대통령이 독촉"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재단 설립에 진척이 없자 최씨는 박 대통령에게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최씨는 작년 10월 중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오는 10월 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방한할 예정인데, 한·중 문화 재단 간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문화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고, 정 전 비서관은 이 같은 최씨의 뜻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해 10월 19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고 지시했고, 그 뒤 미르재단 설립은 불과 8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 전 수석은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급하게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까 전경련 직원을 청와대 회의에 참석시키라"고 지시했으며,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에게는 "300억원 규모의 문화 재단을 즉시 설립하라"고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미르재단 이름 최순실이 지어 박 대통령에게 건네"

박 대통령은 작년 10월 21일 안 전 수석에게 "문화 재단 명칭은 용(龍)을 뜻하는 순우리말이고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의 '미르'로 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이 이름을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씨가 준 대로 "이사장 김형수(연세대 교수)씨, 사무총장은 이성한씨로 하라. 사무실은 (서울)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고도 지시했다.

안 전 수석과 최상목 전 비서관은 전경련 측에 "아직도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명단을 달라"고 압박하거나 "출연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최씨의 요구대로 재단의 재산 중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운영재산 비율을 통상 재단법인의 수준인 10%에서 80%로 높이도록 했다. 최씨가 마음만 먹으면 재단 재산 대부분을 빼내 쓸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미르재단과 쌍둥이 재단인 K스포츠재단 설립 역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주도로 이뤄졌다고 검찰은 말했다. 최씨는 2015년 12월 초 K스포츠재단 사업 계획서와 임원 명단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고 지시하면서 재단의 정관(定款)과 조직도, 이사 명단까지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것 역시 최씨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전경련 측에 "300억원 규모의 체육 재단도 설립해야 하니 미르 때처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올 1월 12일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한 돈은 288억원이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기업들은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 등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출연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

헌법 제84조는 현직 대통령이 내란·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 형사상 소추(訴追·기소)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의 신분과 권위를 유지하고 국가원수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퇴직 후 기소할 수 있고, 재직 중에는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전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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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탄핵 나서라’ 靑의 도발적 메시지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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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심에 전면전 선포

보수 결집 겨냥하며 시간 끌기

국회ㆍ헌재 구성에서도 자신감

황 총리는 ‘버티기 카드’로 활용할 듯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여야의 압박에 청와대는 20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테니, 차라리 탄핵에 나서라’는 도발적 메시지를 검찰과 정치권에 보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차라리 헌법상ㆍ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 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적시하자 역공을 취한 것이다. 정 대변인이 거론한 ‘헌법상ㆍ법률상 합법적 절차’는 대통령 탄핵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리는 절차인 탄핵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우선 청와대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는 최대 8개월이 걸린다. 청와대는 시간을 벌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고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릴 ‘재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인 연루 의혹이 제기된 부산 엘시티(LCT) 비리사건을 철저히 진상 규명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것도 반격 카드의 하나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야당의 ‘황교안 딜레마’도 시간 끌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된다. 때문에 총리부터 바꾸고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과 ‘정체성 코드’가 맞는 황 총리가 자리를 지키는 한 박 대통령의 통치가 사실상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통령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 후보자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임 총리는 내년 대선의 흐름을 바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여야와 대선주자들이 총리 후보자를 놓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하느라 시간을 흘려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지 않은 채 국회에 총리 추천권을 덜컥 넘긴 것이 탄핵 정국을 지연시키려는 꼼수였다는 의심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좋은 후보자를 추천해 주면 박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국회가 탄핵 명분으로 삼을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놓고도 지루한 사법적,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 모금을 “청와대의 정상적 업무이며, 재단 사유화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변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청와대는 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객관적 증거를 무시하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검찰이 주장한 박 대통령의 혐의들을 전면 부인했다.

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새누리당 의원 29명 이상이 찬성 투표를 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이 정치 생명을 걸면서까지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지 못할 가능성에도 청와대는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청와대가 탄핵 공세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오만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이유다. 실제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는데도, 야당들은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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