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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청와대 ‘태반’ ‘백옥’ 등 영양·미용 주사제 대량 구입

기사입력
ㆍ김상희 의원 “한 번에 수십개씩 구입…비아그라도 60정 사”
ㆍ청 “근무자 건강관리 위해”…검, 대리처방 의혹 수사 착수
청와대가 일명 ‘태반주사’ ‘백옥주사’라고 불리는 영양·미용 목적 주사제를 대량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자문의 출신인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의무실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주사제를 다 구비해 뒀다”고 밝혔던 점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약할 목적으로 샀을 가능성이 크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청와대의 2014년 1월~올해 8월 사이 의약품 구입 목록을 보면, 청와대는 라이넥주·멜스몬주(일명 태반주사), 루치온주(백옥주사), 히시파겐씨주(감초주사), 푸르설타민주(마늘주사) 등을 이 기간에 대량 구입했다. 가장 많이 구입한 것은 태반주사로, 라이넥주는 지난해 4월·11월·12월 3차례에 걸쳐 150개를, 멜스몬주는 2014년 6월 50개를 구입했다. 라이넥주는 간 기능 개선, 멜스몬주는 갱년기 증상 완화용으로 허가받았지만 둘 다 ‘태반주사’라는 이름으로 피로해소·항노화 목적으로 많이 쓴다. 청와대가 대량으로 구입한 감초주사(100개), 백옥주사(60개), 마늘주사(50개) 역시 다른 효능으로 허가받았으나 영양이나 미용 등의 목적으로 널리 사용한다. 이런 주사제들에는 “일선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실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외에도 청와대는 길랑바레증후군 등 중증 면역질환에 처방하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를 4차례나 구입했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환자가 청와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항노화나 면역증강 등의 목적으로 투여됐을 수 있다. 올해 3월 50개를 구입한 것으로 돼 있는 ‘라식스주사’는 강력한 이뇨제로 단기간 체중조절 효과가 있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영양주사를 많이 맞았을 때 얼굴 등이 붓는 효과를 상쇄하려고 썼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 60정, 비아그라의 복제약품인 한미약품의 팔팔정 304정을 구매하는 등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를 대량 구입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청와대가 영양주사를 구입한 것은 대부분 두 번째 대통령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현 주치의 윤병우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재임 시기에 이뤄졌다. 경향신문은 서 원장과 윤 교수에게 처방 이유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공식적으로 위촉된 청와대 주치의와 자문단, 의무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순실씨 자매 이름으로 박 대통령에게 주사제를 대리처방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상만 전 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 의무실에 주문을 넣어두면 의무실에서 다 구비해 뒀다”고 말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주사제를 주로 박 대통령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대통령 주사제 대리 처방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들어갔다.
<남지원·조미덥·이용욱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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