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the Park


[단독] 앞에선 심부름 하며 '충성'… 뒤에선 잇속 챙기며 '조종'

| 기사입력 | 최종수정
[추적보도] 최순실 17년 운전기사 육성 증언 ② / 박 대통령 일상 장악한 최순실

'
최순실(60)씨의 17년 운전기사였던 김모(64)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씨를 비롯한 최씨 일가가 자신들의 잇속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이용하고 조종하려 한 행태와 수법을 적나라하게 증언했다.

입만 열면 박 대통령과의 ‘40년 신의(信義)’를 운운하는 최씨가 뒤에서는 “자기가 공주인 줄 알아”라며 뒷담화를 했다는 증언에는 최씨의 위선적인 행태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최태민-임선이-최순실’로 이어가며 최씨 일가는 박 대통령 가족보다 더 자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생전에 최태민(1994년 사망)씨와 자주 연락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할배(최태민씨)는 계속 누군가와 통화했다. 박 대통령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한번 하면 엄청나게 오래 했다”고 말했다. 임씨도 박 대통령과 한번 통화하면 1시간 이상이었다는 게 김씨의 기억이다. 최순실씨 역시 차에 타자마자 박 대통령과 통화하는 일이 잦았다.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과 이렇게 가까운 관계를 형성한 배경에는 1998년 보궐선거를 비롯한 총선 지원은 물론 박 대통령의 일상 거의 모든 곳에서 최씨 일가가 똬리를 틀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씨는 “(박 대통령 사저의) 경비원부터 전부 이쪽(최씨)에서 보냈다. 옷을 찾아오거나 돈을 (찾아)주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다. 순실이가 시켜서 (박 대통령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사오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콩나물 대가리 하나부터 그 집(박 대통령) 시장을 봐주는 것을 다 봤다.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못한다. 그냥 상징적인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생애 대부분을 청와대와 은둔의 공간에서 지낸 박 대통령의 삶을 철저하게 장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김씨는 이를 두고 “어떻게 보면 (최씨 일가는) 아버지(최태민씨) 때부터 (박 대통령의) 정신과 마음, 영혼까지 다 빼앗은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박 대통령은 혈육과 점점 멀어져 갔다.

김씨의 이 같은 증언은 다른 이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최태민씨의 아들인 최재석씨도 언론 인터뷰에서 “그 양반(박 대통령)이 시장에 가서 속옷 한 장을 사봤겠어요? 그 양반 입장에서는 배반 안 할 사람, 아버지를 해하지 않은 사람, 자기를 해할 수 없는 사람, 그건 최씨 집안밖에 없는 거죠”라고 말했다.

최태민씨의 의붓아들 조순제씨도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박 대통령은) 업무에 관해서는 100% 꼭두각시야. 저 둘(최태민과 박 대통령)이 얘기했겠지. (최태민이) 근혜하고 어떻게 하겠다. 그러면 나한테 반드시 물어온다고, 그러면 내가 된다 안 된다 그러면 그대로요. 자구 하나 안 틀려”라고 발언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순실이하고 임씨(임선이)하고 (차를) 타고 가면서 순실이가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끝내고는 ‘엄마, 엄마, 자기 아직 공준 줄 아나봐’라고 그런 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 통화를 끝내고 혼잣말로도 가끔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최씨가 박 대통령에 대해 “자기(박 대통령)가 아직 공주인 줄 아나봐”라고 운운했다는 김씨의 증언은 잇속을 위해 속내를 숨긴 최씨의 가면 속 얼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최씨 일가의 충성이 그들의 사적 이익에 기반하고 있는 셈이다. 1994년 거액의 상속자산을 남긴 최태민이 사망했을 때 임씨와 최씨 세 자매가 이복형제는 물론 박 대통령에게까지 함구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