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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설립때 '10大그룹 회장들과 면담 잡으라' 안종범에 지시

비버루피 2016. 11. 21. 08:57

"미르 설립때 '10大그룹 회장들과 면담 잡으라' 안종범에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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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朴대통령]

검찰 "朴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기획·모금·운영 모두 주도했다"

- "전경련 기업서 돈 갹출하라"

朴대통령, 재단 설립 지시하고 늦어지자 "서둘러라" 독촉도

최순실에겐 "운영 살펴봐달라"

- 최순실이 말하면 朴대통령이 지시

"재단 이름은 용을 뜻하는 미르, 이사장 김형수·사무총장 이성한, 사무실은 강남 부근 알아보라"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계획부터 출연금(出捐金) 모금, 재단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일 공개한 최순실(60)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한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이 한류(韓流) 확산과 스포츠 인재 양성을 위한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했고, 재단법인의 재산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소속 대기업들의 출연금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요청해 최씨가 재단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한 사람들로 구성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 계획"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재단 설립을 계획한 시점은 지난해 7월쯤이다. 같은 달 20일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테니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달 24~25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 정몽구 회장, LG 구본무 회장 등 7개 대기업 총수와 독대(獨對)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수첩과 청와대 비서실 보고 문건 등의 증거 자료들을 토대로 박 대통령이 총수들과 독대하면서 "문화·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려는 데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기업 총수 독대 뒤 안 전 수석에게 "기업들로부터 돈을 갹출해 각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 관련 재단과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에게 "기업들로부터 돈을 갹출해 문화 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고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때부터 최씨는 재단의 인사·운영 장악에 나섰다.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채 설립하지도 않은 재단의 이사장과 이사들의 면접을 진행했고, 이들을 재단 이사장과 임원으로 선정했다.

◇"설립 늦어지자 박 대통령이 독촉"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재단 설립에 진척이 없자 최씨는 박 대통령에게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최씨는 작년 10월 중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오는 10월 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방한할 예정인데, 한·중 문화 재단 간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문화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고, 정 전 비서관은 이 같은 최씨의 뜻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해 10월 19일 안종범 전 수석에게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고 지시했고, 그 뒤 미르재단 설립은 불과 8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 전 수석은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급하게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까 전경련 직원을 청와대 회의에 참석시키라"고 지시했으며,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에게는 "300억원 규모의 문화 재단을 즉시 설립하라"고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미르재단 이름 최순실이 지어 박 대통령에게 건네"

박 대통령은 작년 10월 21일 안 전 수석에게 "문화 재단 명칭은 용(龍)을 뜻하는 순우리말이고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의 '미르'로 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이 이름을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씨가 준 대로 "이사장 김형수(연세대 교수)씨, 사무총장은 이성한씨로 하라. 사무실은 (서울)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고도 지시했다.

안 전 수석과 최상목 전 비서관은 전경련 측에 "아직도 출연금 약정서를 내지 않은 그룹이 있느냐. 명단을 달라"고 압박하거나 "출연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최씨의 요구대로 재단의 재산 중에서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운영재산 비율을 통상 재단법인의 수준인 10%에서 80%로 높이도록 했다. 최씨가 마음만 먹으면 재단 재산 대부분을 빼내 쓸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미르재단과 쌍둥이 재단인 K스포츠재단 설립 역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주도로 이뤄졌다고 검찰은 말했다. 최씨는 2015년 12월 초 K스포츠재단 사업 계획서와 임원 명단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냈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고 지시하면서 재단의 정관(定款)과 조직도, 이사 명단까지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이것 역시 최씨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전경련 측에 "300억원 규모의 체육 재단도 설립해야 하니 미르 때처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올 1월 12일 설립된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한 돈은 288억원이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기업들은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 등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출연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

헌법 제84조는 현직 대통령이 내란·외환의 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 형사상 소추(訴追·기소)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의 신분과 권위를 유지하고 국가원수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퇴직 후 기소할 수 있고, 재직 중에는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전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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